2026.08.31. 월요일 | Climate Tech Review #10 |
|
|
안녕하세요, 기후테크의 핵심 정보만 담아 전하는 Climate Tech Review입니다.
지금까지 CTK 팀은 재단, 연구소, 투자자, 그리고 협회와 창업가를 차례로 만나며 한국 기후테크 생태계의 앞단과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실에서 새로운 기술이 싹을 틔우고, 재단과 벤처캐피탈의 초기 자본이 모여 산업의 뼈대가 세워지는 과정을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기후테크는 기술개발 이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상용화하는 과정이 특히 중요한 분야입니다. 상당수 기후테크 기업은 딥테크를 기반으로 한 B2B·B2G 사업을 전개하며, 새로운 기술을 기존 산업의 공정과 설비, 인프라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웁니다. 직접 생산설비를 구축해 독립적인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도 있지만, 상당수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 현장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 대기업·중견기업과 공공기관은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는 실증처이자 첫 고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기술을 만드는 쪽에서, 기술을 쓰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새로운 기후기술을 받아들여야 할 기업과 공공기관은 과연 이 기술을 실증하고, 구매하고, 상업적 규모로 확산시킬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이에 CTK 팀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실증과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표해 GS벤처스 윤형준 심사역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이영우 처장을 만났습니다. |
|
|
🚀 이번 달 클라이밋 뉴스: 생태계의 최종 관문, 수요처의 현실
|
|
|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수요처의 문을 여러 번 두드리지만, 한 번의 실증 성공이 실제 상업 계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수요처가 실증을 넘어 실제 도입과 구매를 결정하기까지는 어떤 장벽이 있을까요? 그 안에 어떤 현실적인 고민들이 숨어 있는지, 이러한 실증 단계의 병목을 풀기 위해 각 수요처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
|
Section 1. 두 수요처 소개: 철저한 비즈니스 잣대와 거대한 인프라의 개방
🏢 GS벤처스 — 기후테크의 본질은 결국 '비즈니스 자생력'이다 2022년에 설립된 GS벤처스는 GS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입니다. 지난 4년간 소재, 순환경제, 에너지 분야의 11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고, 최근에는 우주, 방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GS그룹은 정유, 발전, 건설 등 에너지 및 기간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기후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기술 혁신의 필요성이 높은 곳입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탄소 감축에 힘을 써야 할 대상인 동시에 대규모 기술 도입이 가능한 강력한 수요처인 셈입니다.
GS벤처스는 기후테크를 특정 산업군이나 기술 분류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향후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고 탄소가 하나의 비용으로 반영되는 시장에서, 기업과 산업이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라면 폭넓게 기후테크의 범주로 봅니다. 다만 기후테크 기업이라고 해서 투자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고 재무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탄소를 줄인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근거가 되지 않으며,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고객이 선택할 만한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기후테크라는 특성 때문에 시장이 열리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GS벤처스는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 고객이 어떤 이유로 제품을 구매할지, 그 기업이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 K-water (한국수자원공사) — 물-에너지 넥서스, 24시간 공공 인프라를 열다
K-water는 ‘기후위기가 곧 물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후테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처럼 기후변화의 충격이 물을 통해 직접 나타나는 데다, 누수 저감과 정수·송배수 효율화, 재생에너지 활용 등 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탄소 감축과 기후적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K-water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기존 물산업 육성 전담 부서를 지난해 말 '기후테크혁신처'로 개편하고 지원 범위를 기존 물산업에서 물·에너지·도시를 아우르는 기후테크 전반으로 넓혔습니다. 인력도 기존 18명에서 56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2018년부터 1,200억 원 상당의 벤처 펀드 출자는 물론 투자 수익금을 다시 재투자하는 자생적 선순환 구조까지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작년에만 1,166억 원의 해외 수출액을 달성했고 국내 기후테크 예비 유니콘 4개사를 발굴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K-water는 기후테크를 ‘물-에너지-도시 넥서스(Nexus)’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기후위기로 가뭄과 홍수 등 물 문제가 심화될수록 도시는 더 많은 물 인프라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반대로 물의 취수·정수·송수 과정 역시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결국 도시의 물 수요와 인프라 효율은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인 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누수 탐지나 스마트 미터링 같은 기술도 연간 7억 톤에 달하는 물 손실을 줄여 물뿐 아니라 정수와 송수에 쓰이는 에너지까지 함께 절감할 수 있어 기후 대응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
|
|
Section 2. 같은 문제, 다른 개입 방식 — '실증'의 계곡을 건너는 법
🔍 공통 문제의식: 실증(PoC)과 본계약 사이의 간극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실증 기회를 얻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현장에서 PoC를 진행하고 성능을 입증하더라도 곧바로 구매나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실증, 반복 검증, 첫 구매로 이어지는 상용화 과정마다 넘어야 할 문턱이 하나씩 남아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종종 한 번의 PoC 성공이 바로 본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GS벤처스에 따르면 한 번의 성능 결과보다 반복적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는지, 실제 운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외부 기술 도입에 따른 운영 리스크가 큰 만큼, 여러 차례의 PoC를 통해 신뢰 데이터를 쌓고 기술의 안정성을 입증해야 실제 구매와 본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K-water 역시 실증과 레퍼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국내 창업 기업의 5년차 생존률이 34%에 그치는 현실 속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87.5%가 실증을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꼽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현장에서 검증받고 첫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이 어렵습니다. 특히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돼야 하는 공공 수자원 인프라는 안정성,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 유지관리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레퍼런스가 없는 기술일수록 도입을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하지만 실증을 반복할수록 검증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그리고 레퍼런스가 있어야 도입할 수 있다면 첫 레퍼런스는 어디서 만들 것인지의 문제가 생깁니다. 스타트업이 반복적인 PoC 비용을 계속 감당하기는 어렵고, 수요처 역시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예산을 쓰는 데 부담을 느낍니다. 첫 실증과 반복 검증 사이의 비용 공백, 첫 고객이 나오기 전까지의 레퍼런스 공백이 있는 셈입니다.
⚖️ 수요처의 역할 진화: 단순 구매자를 넘어선 '상생 앵커'와 '단계적 파트너'
이러한 실증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두 기관은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GS벤처스의 '사전 빌드업' 전략: 기후테크는 불확실성이 크고 성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GS벤처스는 소액을 먼저 선투자하고, 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꼼꼼히 확인한 뒤 후속 투자를 집행하는 '단계적 투자' 방식을 선호합니다. 또한 투자 심사 과정 초반부터 그룹 계열사 현업 부서와의 미팅을 적극적으로 연결합니다. 물론 사업과 투자가 분리된 만큼 CVC의 투자 집행이 현업 부서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룹사와 사업적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판단되면 투자 전부터 현업과 접점을 만들어두고, 실제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쌓아둡니다. 실제로 포트폴리오사 ‘그린다’는 GS칼텍스와 폐식용유 기반 SAF(지속가능항공유) 원료 공급 관계를 맺으며 상호보완적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 K-water의 '융합 과제'와 글로벌 테스트베드: K-water는 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 역할을 넘어, 인프라를 개방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조달을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 역할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도록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81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가 K-테스트베드’도 총괄 운영합니다. 실증 이후에는 우선 구매 제도와 중소기업 기술마켓, 조달청 혁신시제품 연계 등을 활용해 검증된 기술이 실제 매출과 후속 조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올해 처음 도입한 ‘융합 과제’입니다. 기술은 갖췄지만 양산·자금·판로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생산 역량을 갖춘 기존 중소기업과 연결해주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합니다. 국내에서 만든 레퍼런스를 해외 시장까지 이어주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미국 등 해외 테스트베드를 확대하고 있으며, 조지아주의 The Water Tower와도 협력을 추진해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해외 진출의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
|
💡 CTK Insights. 기후테크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필요한 것
두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은, 기후테크의 상용화가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술을 실제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실증 기회와 첫 고객을 만들어주는 생태계의 역할도 필요하고, 동시에 스타트업 스스로 수요처가 선택할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1️⃣ 상용화의 병목은 기술 개발 이후에도 계속된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기술을 개발한 뒤에도 실제 현장에서 시험할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어렵게 PoC에 성공하더라도 반복적인 검증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첫 구매와 본계약이라는 또 다른 문턱이 기다립니다. 기술개발 → 실증 → 반복 검증·레퍼런스 확보 → 첫 구매 →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기후테크는 실증과 스케일업에 시간과 자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생존을 위해 핵심 사업과 무관한 단기 매출에 계속 인력과 시간을 쓰면 정작 본래 기술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창업자는 한정된 시간과 인재를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의 차별성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첫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오래 버텨야 하지만, 그 시간을 무엇에 쓰는지도 중요합니다.
2️⃣ 첫 실증과 첫 고객을 만들어주는 ‘앵커 수요처’가 필요하다
레퍼런스가 없는 기술을 수요처가 선뜻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무도 처음 사용해주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은 레퍼런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 간극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 같은 앵커 수요처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GS벤처스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초기 단계부터 기술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투자 이후에는 주주로서 깊이 관여합니다. 그룹 현업 부서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기술 검증과 사업화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기후테크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오너십을 가지고 전방위적인 지원을 이어갑니다. K-water는 공공 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개방해 첫 실증 기회를 만든 뒤 구매와 조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자체 인프라와 조달 수요를 가진 공공기관은 민간이 선뜻 감수하기 어려운 첫 실증과 첫 구매를 만들어줄 수 있는 주체입니다. K-water와 같은 시도가 일부 기관의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한 성능과 안정성을 확인한 기술이 첫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3️⃣ 기회를 얻은 뒤 왜 이 기술을 써야 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앵커 수요처가 첫 문을 열어준다고 해서 구매와 시장 확산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이 기후테크를 검토하는 출발점에는 탄소 규제나 ESG 대응 같은 방어적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규제와 정책은 언제든 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K-water 역시 정책적 필요가 사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실제 기술을 계속 도입하게 만드는 힘은 인프라 효율과 운영 가치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기후에 좋은 기술’이라는 설명을 넘어 가격, 성능, 안정성, 운영 효율 등 수요처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줘야 합니다. 공공기관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설명하기보다 기존 설비와 충돌하지 않는지, 고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도입에 따른 운영 리스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수요처의 언어로 답해야 합니다. 탄소 감축은 도입의 명분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오래 선택받기 위해서는 기술과 비즈니스 자체의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
|
|
📬 Next in CTR
📎 실증 기회를 얻고, 반복적인 검증을 거쳐 첫 구매와 시장 확산에 이르기까지 기후테크의 상용화에는 수많은 병목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긴 과정을 버티고, 검증된 기술을 실제 사업과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종류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첫 상업용 설비를 구축하고 생산 규모를 키우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요? 다음 회차에서는 기후테크의 상용화와 스케일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후 금융’의 역할을 살펴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