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목요일 | Climate Tech Review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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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후테크 산업의 핵심 데이터와 투자 인사이트를 전하는 Climate Tech Review입니다.
매호 글로벌·국내 시장의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국가별 투자 및 자본 이동을 조명하며, 연구실에서 시작되는 차세대 혁신 기술을 소개합니다. 산업과 금융, 기술 현장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기후테크의 현재를 읽고 미래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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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 클라이밋 뉴스
이번 클라이밋 뉴스는 '전력망'을 주제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전력망이 혁신과 투자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는데요.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 불균형, 청정 에너지 전환의 걸림돌 ⚡️
$1조 vs $4천억 🚨 발전 투자액이 전력망 투자액의 2배를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곳곳에서 전력망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발전 투자액은 1조 달러를 넘었지만,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 투자액은 4천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속도보다, 연결하는 속도가 훨씬 느린 셈인데요, 같은 에너지 전환 투자 안에서도 발전에만 집중된 불균형이 재생에너지 확산의 ‘병목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불균형은 인프라 설치를 위해 수반되는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나 공급망 문제 등에서 비롯됩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도 이를 실질적으로 송전하거나 분배하는 전력망의 용량이 부족해져서(병목 현상), 새롭게 생산된 청정 에너지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어려워져 재생에너지 확산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AI 수요 폭증이 불러온 전력망 투자 시급성 🤖
945TWh 그리고 6,000억 달러 📈 AI 발전과 함께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 그리고 커지는 투자 필요성
전력망 투자가 더욱 시급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IEA에 따르면,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2022년 약 460TWh에서 2030년에는 945TWh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비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지요.
이러한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전력망 병목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의 전력망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과제입니다. 국제 사회가 합의한 기후 목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정 에너지의 효율적인 통합이 중요하며, 블룸버그NEF는 Net Zero 시나리오를 충족하기 위해 2030년에는 송배전 인프라에 필요한 투자가 작년 대비 약 세 배에 달하는 연간 8,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전세계 송전 인프라 시장은 이미 가파른 성장세에 있습니다. 송전 인프라 시장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4.83% 성장하여, 2030년에는 총 5,166억 2천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AI발(發) 수요와 탄소 중립 목표가 전력망 투자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72.8조 원 규모의 전력 인프라 전환 선언 🤖
72조 8,000억 원, 전력망 혁신에 대규모 자본 투입
한국 역시 전력망 혁신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038년까지 전력망을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데 총 72조 8,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AI•데이터센터 등 고전력 신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한국의 전력 수요가 2038년에는 129.3GW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력망 포화와 계통 부족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전력망의 수용 능력 부족으로 인해 실제로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발전소가 속출했으며, 그 결과 이들에게 약 2,300억 원 이상의 용량정산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단순히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넘어, 막대한 비효율과 경제적 손실이 이미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넥스트 레벨 투자: ESS와 AI 기반 디지털 기술 시장 🤖
$668.7억 & AI $60억 🤖 ESS와 디지털화, 투자의 ‘넥스트 레벨’
송전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지금, 주목해야 할 두 가지 핵심 기술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ESS와 전력망의 디지털화(DX)입니다.
ESS: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이제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어요. ESS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망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지키는 *주파수 조정 등의 고부가가치 보조 서비스를 제공해 전력 시스템의 효율성을 크게 높입니다. 올해 글로벌 ESS 시장은 약 668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2034년까지 연평균 21.7%의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리튬 이온 배터리 팩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현재 1kWh당 약 115달러), ESS 도입 부담이 크게 줄어 시장 확산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에요. 한국 정부도 2028년까지 총 3.6GW 규모(약 4조5천억 원)로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주파수 조정: 전기의 생산량과 소비량이 실시간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전력망의 주파수가 변동하게 되는데, ESS는 이러한 변동을 수 밀리초(millisecond) 이내의 초고속으로 감지하고 대응하여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줍니다
**중앙계약시장: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변동성 대응과 출력제어 완화를 위해 전력거래소의 발전 계획에 따라 ESS의 충·방전 시간이 정해지며, 사업자는 안정적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적 시장
전력망의 디지털화(DX): 전력망을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도입(DX)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디지털화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스마트그리드인데요, 스마트그리드는 발전소, 송배전 시설, 전력 소비자를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차세대 전력 인프라입니다. 이를 통해 전력 시스템 전체가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구체적인 기술로는 스마트 계량기를 활용한 수요 관리, 에너지 관리 시스템, 분산 발전과 전기차를 연계하는 양방향 정보통신 기술, AI가 탑재된 지능형 송배전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유럽연합도 2030년까지 배전망 디지털화에 약 1,840억 달러(1,7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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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투자 기회는 ‘기술’, ‘정책 모멘텀’, 그리고 ‘구조적 변화’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의 시급성이 커지고, 한국 역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송배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 산업 모두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투자는 단순히 철탑을 세우는 인프라 확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AI 기반의 전력 효율 관리, ESS 제어, 스마트 그리드 소프트웨어 등, 전력망을 현대화하고 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려는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투자처로 주목받을 전망입니다.
특히 전력망 투자는 막대한 자본이 오랜 기간 투입되는 초장기 산업입니다. 일단 모멘텀이 생기면, 단기적인 경기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구조적으로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는 특징이 있죠. 정책적인 의지와 전력 인프라 기술, 그리고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한데 어우러진 이 시기야말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고 투자에 나서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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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기후테크 지형: 글로벌 동향과 국내 현황
산업과 기술의 전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후테크 투자 시장은 새로운 ‘자본 실험’과 ‘생태계 확산’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데스밸리를 건너는 금융 혁신(D-SAFE, All Aboard Coalition), 중국의 클린테크 초격차, 그리고 국내 민간 생태계의 확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FOAK를 위한 D-SAFE, 데스밸리를 건너는 자본 + 중국의 초격차 🌍
1️⃣ FOAK(First-of-a-Kind)를 위한 D-SAFE: 데스밸리를 넘기는 선개발 자본
Elemental Impact가 도입한 D-SAFE (Development-SAFE)는 기술기업이 첫 상업화 단계(FOAK)에서 겪는 자본 공백을 메우는 마일스톤 기반 선개발 자본 모델입니다. Y Combinator SAFE를 변형해 지분 전환 대신 상환 가능, 부지 확보·설계·인허가 등 구체적 마일스톤 달성 시 집행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Nitricity는 200만 달러 D-SAFE로 인허가 단계를 마친 뒤 6개월 만에 5,000만 달러 규모의 Series 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Elemental은 700만 달러 투자로 7천만 달러 후속 자본을 유도하며, D-SAFE를 ‘데스밸리’ 극복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 자본으로 입증했습니다.
2️⃣ All Aboard Coalition: 후기 단계(FOAK 이후) ‘데스밸리 징검다리’ 펀드 등장
TED 전 대표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주도하는 올 어보드 연합(All Aboard Coalition)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상용화 자금 공백(일명 ‘데스밸리’)을 해소하기 위해 3억 달러(약 4,160억 원) 규모의 민간 펀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참여 기관에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 DCVC(Deep Tech VC), 아라 파트너스(Ara Partners) 등 15개 이상의 글로벌 VC·PE가 포함되었으며, 이들의 총 운용자산(AUM)은 약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합니다. 올 어보드 연합은 단일 펀드 구조가 아닌 투자자 네트워크 연합체 형태로 운영되며, 일부 기관은 LP로 직접 출자하고, 일부는 공동 심사·공동 투자(Co-investment) 형태로 참여합니다. 또한, 투자 검토·후속 자금 유치·시장 신호(signal) 발신 등 다양한 생태계적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앤더슨 대표는 “저탄소 경제를 실현할 기업들이 자금의 ‘타이밍 문제’로 무너지는 것이 인류 미래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자들의 집단적 행동(collective ac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올 어보드 펀드를 “기후테크 업계의 시퀘이아 캐피털 같은 신호 펀드”로 정의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가 시장의 신뢰 신호로 작용해 후속 자본을 유도하는 ‘신호 자본(Signaling Capital)’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 글로벌 경쟁 구도: 중국 클린테크의 초격차
서구권 VC 8곳이 7월 중국의 배터리·태양광·풍력 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한 이후, 중국이 이미 배터리·전해조·재생에너지 하드웨어 전 밸류체인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투자 전략을 대폭 수정했는데요,
- 영국 콤파스 VC의 탈리아 라파엘리 파트너는 “중국의 생산 속도와 기술 수준을 직접 보고 나니 서구 기업들의 생존이 의문이었다”고 밝혔으며, 독일 Planet A Ventures는 “배터리·전해조·태양광 부문을 투자 리스트에서 완전히 제외했다”고 전했습니다.
- 덴마크 2150 VC의 제이콥 브로는 “CATL 공장에서 자동화 라인 12개가 동시에 가동되는 모습을 보며, 이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평가했습니다.
-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풍력 터빈의 60%, 전기차의 70%, 배터리의 75%를 생산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의 75% 또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구 VC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중국과의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일부 유럽 VC들은 “이제 유럽에서 노스볼트와 같은 회사를 세우려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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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9월은 ‘기후테크 자본 실험’의 진화가 본격화된 시점이었습니다. 단순한 투자 혁신이 아니라, FOAK·SOAK(Second-of-a-Kind) 기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시스템적 전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이미 클린테크 전 밸류체인에서 압도적 생산력과 기술 격차를 확보하며, 서구권 VC들의 전략 수정과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흐름을 촉발했습니다. 기술과 자본의 축이 빠르게 동양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후테크의 자본 지형이 어떤 균형점으로 수렴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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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후테크 지형 — 글로벌 무대, 민간 네트워크, 그리고 인재 양성 🇰🇷
글로벌 시장이 상업화 자본 실험과 공급망 재편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가운데, 한국의 기후테크 생태계도 민간 주도의 확산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해외 무대 진출과 투자 네트워크 강화, 인재 양성 프로그램까지 — 각 축에서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나며, 한국 역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자생적 동력을 갖춰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1️⃣ 뉴욕 한복판에 모인 투자자들 — Korea Climate Tech Summit
9월 26일(현지시간) 뉴욕 클라이밋 위크(Climate Week NYC) 기간 중 열린 제1회 코리아 클라이밋 테크 서밋은 한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12곳이 글로벌 투자자 앞에 선 첫 무대였습니다. 행사장(300석) 수용 인원을 넘어 입장 대기줄이 형성될 정도로 뜨거운 현장 반응을 보였는데요, 스탠다드에너지(바나듐 이온 배터리), 다이나믹인더스트리(태양광 패널 재활용), 스트라티오(SWIR 이미지센서·비전 AI) 등이 주요 발표 기업으로 참여했으며, 블랙혼벤처스, 뉴에너지넥서스, D3쥬빌리파트너스, 디캠프 등 글로벌 VC·액셀러레이터가 파트너로 협력했습니다.
2️⃣ 민간 생태계의 확산 —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
9월 초 카카오임팩트와 소풍벤처스가 공동 주최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제주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본 행사는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공식 연계 프로그램으로 지정되며, 민간 주도의 행사로는 드물게 정부·국회·기업·투자자·학계가 모두 참여했습니다.
‘기후기술과 AI, 미래를 다시 쓰다’를 주제로 3일간 15개 세션, 35명 연사, 12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습니다.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AI의 스케일링 법칙은 기후 해결의 열쇠이자 위험”이라며, 기후테크 생태계 내 ‘기후AI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AP벤처스, 블루그린벤처스, Third Derivative 등 해외 VC들이 참여하여 한국을 “기후투자 청신호 시장”으로 평가했습니다.
3️⃣ 인재 양성의 본격화 — K-water × 충남대, 기후테크 석사과정 신설
9월 16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충남대학교는 국내 최초의 기후테크 전문 석사과정 신설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해당 과정은 2025년 가을학기부터 개설되며, AI·데이터사이언스 기반 교과목과 물 관리 및 경영 전략을 결합하여 산업 현장 중심의 융합 교육 모델을 제시합니다. 학생들은 실제 현장 과제를 연구 주제로 삼고, 실용적 솔루션을 도출하는 프로젝트 중심 학습을 수행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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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는 9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연계, 민간 주도, 인재 양성의 세 축에서 구체적 진전을 보였습니다. 해외 무대 진출과 투자 네트워크 확산, 전문 교육 과정 개설 등은 시장 주도의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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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ch Sketch
CTR은 대학·연구실 단계에서 싹트는 혁신 기술을 조명합니다.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시장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연구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상용화 과제를 마주하는지 직접 들어봅니다.
Interview:
KAIST 김형준 교수에게 듣는다: 지구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메타어스', 기후테크의 새로운 나침반
인간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기후 변화가 다시 인간의 경제와 사회 시스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까요? 이번 달 CTR은 KAIST 김형준 교수를 만나, 지구 시스템과 인류 시스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메타어스(Meta-Earth)' 기술과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직접 물었습니다.
Q. 교수님과 메타어스랩(Meta-Earth Lab)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KAIST 김형준입니다. 저는 기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기과학으로 시작해 토목공학 박사를 받으며 공학적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기후, 물, 식량, 에너지, 그리고 경제, 사회, 법, 제도 등 다양한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메타어스랩은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곳입니다. 연구실에는 물, 식량, 에너지, 기후, AI, 경제, 금융, 인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원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활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Q. ‘메타어스’는 기존 기후 예측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요?
A. ‘메타어스’는 제가 만든 단어인데요, 기존의 기후 모델이나 지구 시스템 모델을 확장한 개념입니다. 기존 모델들이 지구의 물리적 시스템(Earth System)에 초점을 맞췄다면, 메타어스는 그 위에 인간이 사는 사회경제 시스템까지 통합하여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인간이 없는 지구와 인간이 있는 지구, 인간의 활동이 더 나빴을 때와 덜 나빴을 때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기후 시스템과 자원, 사회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메타어스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올해 여름 장마가 짧고 가을 장마가 길었던 현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 패턴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 예측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올해와 같은 패턴이 정말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일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메타어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 활동이 없는 가상의 지구(메타버스)와 인간 활동이 있는 지구를 수없이 시뮬레이션(주사위를 던져보는 것처럼) 해보는 거죠. 만약 인간이 있는 지구에서 긴 가을 장마 패턴이 훨씬 더 자주 나타난다면, 우리는 미래에 긴 가을 장마가 더 우세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메타어스는 특정 기후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메타어스랩의 핵심 비즈니스는 기후 리스크 평가와 신기술 임팩트 평가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어떤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하고 계신가요?
A. 저희는 다양한 분야의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는 ‘멀티섹터 임팩트 평가’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유한킴벌리와는 숲의 화재 영향 평가를, 일본 도요타와는 홍수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 평가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저희의 존재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설립한 합작법인 ‘메타어스랩 재팬’으로는 컨설팅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후 리스크 분석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Q. 기후 리스크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것이 기업의 ESG 경영이나 국제 기후 협상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A. 이제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기후 리스크가 더 깊고 자주 관여하게 될 것입니다.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자산과 비즈니스 모델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의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저개발국가의 기후 재해 피해를 보상하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과 관련하여 5~10년 안에 각국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구체적인 프로토콜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때 저희와 같은 모델이 협상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기후 소송 역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저희 기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Q. 교수님께서 최근 KAIST 기후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메타어스 기술이 기후 기술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A. 네, 최근 KAIST에 기후연구소가 만들어졌고 제가 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메타어스 시스템을 일종의 ‘기술 평가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KAIST에서 개발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인공광합성, 탄소 직접 포집(DAC) 같은 혁신적인 기후 기술들이 실제로 대규모로 상용화되었을 때 기후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할지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초기 기술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Q. 메타어스랩의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장기적으로는 ‘행성 지능(Planetary Intelligence)’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기업 중 하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시에 저는 메타어스랩이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공공 인프라 기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나 기본적인 기후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저희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아랫단은 무료 공공 서비스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특수한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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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김형준 교수의 ‘메타어스’는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설계’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연구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기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기업과 사회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70% 이상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무적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제 기후 리스크 관리는 단순한 ‘비용’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메타어스랩과 같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기후 리스크 분석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김형준 교수가 이끄는 KAIST 기후연구소의 설립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기술의 파급효과까지 예측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대전을 중심으로 한 KAIST의 연구 역량이 메타어스랩과 같은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기후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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