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 화요일 | Climate Tech Review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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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후 테크의 핵심 정보만 담아 전하는 Climate Tech Review입니다.
바로 며칠 전, 파리협정 10주년을 기점으로 기후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무대였던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CTR 뉴스레터는 11월을 가장 뜨겁게 달군 기후 이벤트, COP30을 중심으로 한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투자자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COP30의 5가지 결론과 직접 현장을 다녀온 탄녹위 위원의 칼럼을 담았습니다. 뉴스레터에 빠질 수 없는 이번 달 국내외 딜 플로우와 투자 동향 또한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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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기후테크 지형: 글로벌 동향과 국내 현황
글로벌 기후테크 지형⚡️
1️⃣ ‘TIME100 Climate 2025’ 공개 — 기후 전환을 이끄는 5개 부문 발표
TIME은 올해 기후 리더 100인을 정책·조직을 움직여 변화를 이끄는 리더(Leaders), 새로운 기술·솔루션을 만들어내는 혁신가(Innovators), 산업 전환을 대규모로 추진하는 기업 리더(Titans), 지역사회 기반의 행동을 촉진하는 활동가(Defenders),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가속하는 촉매자(Catalysts)의 5개 부문으로 나누어 발표했습니다.올해 선정자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 문제를 재설계하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논의를 바꿔놓은 구글의 Ben Norris, 그리고 인도 최대 이륜차 제조사 Hero MotoCorp를 대규모 전기화로 이끌어 운송 부문의 탈탄소 전환을 가속한 Pawan Munjal 회장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2️⃣ 글로벌 스타트업 소식- 글로벌 기후 인프라로 $1B+ 자금 이동: 분산전력 · 데이터센터 · 그린스틸 🤖
국내 기후테크 지형 📬
해외에서는 전력·데이터센터·그린스틸 중심의 초대형 자본 이동이 나타난 반면, 국내에서는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기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차세대 기후금융 모델이 등장하며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예고했습니다. 국가 R&D 예산의 전기차·배터리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시장에서는 전력망·바이오 소재·대체 연료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1️⃣ 공공 · 민간 협력 기반의 차세대 기후금융 모델, NH ARP x GCF 기후테크펀드(CTF)
Climate Technopreneurship Fund(CTF)는 NH투자증권의 싱가포르 법인인 NH앱솔루트리턴 파트너스(이하 NH ARP)가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의 승인을 받아 설계한 약 2억 달러 규모의 펀드입니다. GCF의 8,375만 달러가 펀드 전체의 약 42%를 우선손실(First-loss)로 배치함으로써, 민간 투자자의 하방을 보호하며, 대출, 메자닌, 지분 등 복수의 수단을 병행하는 멀티전략을 채택합니다.
2️⃣ 기후테크 R&D 절반 이상이 전기차·배터리…“원천기술 투자 늘려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 연구개발(R&D)이 전기차·이차전지 등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원천기술 확보에 필수적인 기초연구 비중이 낮아 NDC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연구개발비 기준 전기차는 약 8조7300억원, 이차전지는 약 3조2500억원으로 두 분야가 전체의 89.1%, 연구인력 기준으로도 84%에 달합니다. 또한 기후테크 분야의 기초연구 투자 비중은 7%로 다른 산업 평균인 10.8% 에 못 미칩니다.
3️⃣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기후테크 트랙’ 신설… 국내 기후 스타트업의 새 등용문
국내 대표적 창업 경진대회인 정주영창업경진대회가 기후테크 전용 트랙을 개설했습니다. 이는 기후테크가 더 이상 ‘특수 분야’가 아니라 주류 창업 섹터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4️⃣ 국내 스타트업 소식 - AI 인프라부터 바이오 소재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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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 클라이밋 뉴스: COP 30
11월 22일, 브라질 벨렝, 아마존의 심장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2주간의 뜨거운 논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총회는 한마디로 '이상과 현실의 충돌'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환경 단체들이 강하게 요구해온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은 아쉽게도 최종 합의문에서는 빠졌습니다. 그러나 '자연'과 '시장'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점은 눈에 띕니다.
청정 에너지 전환 가속화: 파이프라인 구축에 쏠린 1조 달러
$1조 달러 & 4x ⚡ 송전망과 지속가능 연료, '실행'에 대규모 자본 투입
COP30은 ‘실행의 COP’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국가 행위자들이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정치적인 의지의 한계를 기술적인 실행력으로 보완하겠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그린 그리드 이니셔티브’와 ‘유틸리티 넷제로 연합’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세 배로 늘리기 위한 핵심 인프라인 송전망과 저장장치에 총 1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유틸리티 넷제로 연합’은 연간 투자 목표도 1,480억 달러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여기에 브라질이 주도한 ‘벨렝 4x 지속가능 연료 서약(Belém 4X Pledge on Sustainable Fuels)’이 출범하면서, 2035년까지 수소와 바이오연료, e-연료 등 지속가능 연료의 사용량을 2024년의 최소 네 배로 늘리는 목표가 제시됐습니다. 이 서약에는 2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했습니다.
아마존 보존을 위한 '숲 펀드(TFFF)' 공식 출범
$66억 달러 vs $1,250억 달러 🌳 초기 자금 확보, '성과 기반' 보존 기술 시장 개막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제안한 ‘영구적 열대우림 기금(TFFF)’이 초기 자본금을 모으며 공식적으로 출범했습니다. TFFF는 열대우림 보존 국가에 연간 헥타르당 약 4달러(약 5,800원)를 보상하는 새로운 투자 모델인데요, 이번 총회에서는 노르웨이가 10년에 걸쳐 30억 달러를, 브라질과 독일, 인도네시아가 각각 10억 달러를 지원하고, 프랑스 등도 참여하여 약 66억 달러(9조 2천억 원가량)의 종잣돈이 마련됐습니다.
이번 펀드의 중요한 특징은 이 지원금이 ‘성과 기반’으로 지급된다는 점입니다. 숲을 헥타르 단위로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만 돈을 받을 수 있고, 지급액의 최소 20%는 산림 보존의 최전선에 있는 토착민과 지역 사회에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조건도 담겨 있습니다. 이 방식은 산림 보존 활동에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최종 목표액 1,250억 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고 초기 자금만 확보한 단계이지만, 앞으로 민간 자본이 얼마나 유입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숲의 보존 효과를 입증할 위성 기반 산림 모니터링이나 생물다양성 데이터 분석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공공조달 시장이 열리게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UN 인증 탄소 시장, 파리협정 6.4조 최종 타결
Article 6.4 ✅ UN 감독 하, 고품질 탄소 크레딧 거래 시대 시작
파리협정 6.4조(UN이 직접 감독하는 탄소시장)가 수년간의 난항 끝에 드디어 '실행 단계'로 접어들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총회 기간에는 6.4조 감독기구가 탄소 제거 활동의 환경적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기준을 승인했습니다. 여기엔 제거된 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위험 관리 규칙도 포함됐습니다.
** 6.4조: 기존 청정개발체제(CDM)를 대체해 국가 간 협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새로운 국제 탄소 시장 체계. 파리협정 제6조에 근거한 이 메커니즘을 통해 참가국은 다양한 감축사업을 인증받고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을 수 있음.
이로써 직접 공기 포집(DAC)이나 바이오차와 같이 고품질의 탄소 제거 크레딧을 만드는 기후 테크 기업들은 ‘UN 인증’이라는 강력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국가 간 탄소 배출권 거래를 다루는 6.2조 양자 계약 역시 꾸준히 논의 중입니다. 기술 표준이 마련된 만큼, 6.4조 메커니즘을 통한 공식 UN 인증 크레딧 발행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손실 및 피해 기금, 첫 자금 집행 개시와 규모의 문제
$2.5억 vs $3,950억 🆘 개도국 피해 기금, 잔고는 여전히 '0.1%' 수준
COP28에서 기금 설립이 선포된 지 2년 만에, 벨렝 총회에서 '실질적인 첫 자금 지원'이 결정됐습니다. 기금 이사회는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태평양 도서국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초기 자금 2억 5천만 달러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금액은 과학자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2025년 한 해 동안 필요하다고 주장한 3,950억 달러에 비하면 0.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계좌는 열렸지만 잔고는 비어 있다"는 개도국 그룹의 격한 항의가 총회장 밖을 가득 채웠습니다. 선진국들의 추가 지원 약속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 기금은 결국 '상징적 위로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큽니다.
기금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지원 요청서를 대거 제출하며 선진국들에게 더 많은 재원 마련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이제 막 이행 과정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자금이 확대될지가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과학의 요구와 현실의 괴리: 57% vs 14%의 격차
57% vs 14% 📉 2035년 감축 목표, 커지는 격차만큼 커지는 기술 수요
이번 총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2035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미흡한 야망만을 보여줬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은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57% 줄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각국이 실제로 제출한 NDC를 분석해보면,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양의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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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이번 COP30에서는 화석연료의 즉각적인 종말 선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회의장에는 화석연료 관련 로비스트들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총회는 당장의 퇴출 선언보다 실질적 감축을 가능하게 하는 저탄소 솔루션이 자본을 끌어당기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연: TFFF는 ‘보존 성과’ 자체가 현금흐름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위성 모니터링·원격 계측·생물다양성 분석, 그리고 토착 공동체 기반의 보존 모델이 바로 직접 매출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태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탄소 시장: UN 6.4조 표준이 확정되면서, 고품질 제거(CDR) 기술 기업들은 ‘UN 인증’이라는 신뢰 프리미엄을 얻게 됩니다. *기술 투자: 1조 달러에 달하는 그리드와 지속가능 연료 파이프라인 투자는, 정부 규제와 상관없이 에너지 인프라를 빠르게 현대화하고 연료 전환을 앞당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번 COP가 남긴 메시지는 ‘이상에서 현실로’의 전환입니다. 정치적 합의가 비어 있는 부분을 기술이 메워야 하고, 이 간극을 채우는 기업이 다음 사이클의 승자가 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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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COP30를 정리하며 우리는 이번 회의의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가 “제도보다 실행, 선언보다 데이터”라는 점임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UN 6.4조 메커니즘이 본격 채택되면서, 탄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약속’을 넘어선 ‘증명 가능한 데이터’가 되었죠. 감축 목표와 실제 배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기술, 그리고 신뢰 가능한 데이터 인프라가 앞으로의 시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흐름도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번달 CTR 레터에는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흐름에 인사이트를 주실 수 있는 분의 에세이를 실었습니다. 탄녹위 위원이자, 본 뉴스레터의 에디터인 스타트업 뉴톤(NewTonne) 류광남 대표입니다. 류광남 대표는 기획재정부가 UNFCCC, GGGI, 탄녹위와 공동 주최한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GVCM)'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돌아왔는데요. 그는 이번 COP30을 통해, 앞으로 탄소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보고 들은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그 자리에서 느낀 변화의 징후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뉴톤(NewTonne)?
뉴톤(NewTonne)은 탄소 감축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검증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팀입니다. 전 세계 탄소 시장이 여전히 수기 문서·엑셀·현장 방문에 의존하는 비효율 구조를 갖고 있다는 문제에서 출발해, 프로젝트 타당성 분석(PDD) 자동화, IoT 기반 데이터 수집, 디지털 MRV 등 신뢰 가능한 감축 데이터를 만드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GGG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AI 기반 펀드 관리·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고,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감축사업에서 디지털 MRV 모델을 공동 개발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와의 협력으로 실제 프로젝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검증하는 실증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Interview] 아마존의 숲에서, 디지털 기술로 '신뢰의 가교'를 놓다
1. 벨렝에서 전해온 텍스트의 무게
브라질 벨렝(Belém)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열기가 지구 반대편까지 전해졌다. 현지에서 타전된 회의록과 결정문 초안(Draft Decision)들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파리협정 제6조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국가가 밤을 지새우며 쌓아 올린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문서 행간마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읽혔다. 제6.2조(협력적 접근법) 결정문 초안은 국가 간 데이터 불일치(Inconsistency)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보다는 '촉진적이고 비규범적인 대화(facilitative, non-punitive, non-prescriptive manner)'를 강조하고 있었다. 제6.4조(메커니즘) 논의에서도 CDM(청정개발체제)에서 전환되는 자산과 약 2,680만 달러(USD 26.8 million)에 달하는 신탁기금의 이관 문제를 두고 정교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 복잡한 텍스트들을 보며 나는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합의된 규칙을 현실에서 빈틈없이 이행하고,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메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결국 '기술'에 있다는 사실이다.
2. '그린워싱'의 우려를 넘어서
나는 이번 총회 기간 중 한국 기획재정부와 탄녹위가 주최한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GVCM)' 행사에서 <AI MRV: 제6조 이행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숲을 보전하고 탄소를 감축했다는 보고서는 넘쳐나지만, 그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일은 여전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수동으로 작성된 보고서와 엑셀 파일이 오가는 과정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본의 아니게 오류가 발생할 여지를 남긴다.
파리협정 제6조 하의 시장은 달라야 한다. 이번에 공개된 제6.4조 결정문 초안에서도 '비영구성(Non-permanence)과 역전(Reversals) 위험'에 대한 엄격한 표준이 채택되었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GVCM: UNFCCC와 GGGI가 한국 정부 등과 함께 추진 중인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로, 기존 자발적 탄소시장의 문제였던 불투명한 검증, 방법론 편차, 데이터 신뢰성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글로벌 표준형 자발적 시장 모델. Paris Agreement 제6조에서 요구하는 무결성 기준을 자발적 시장에도 적용해, 투명한 데이터·일관된 MRV·디지털 기반 등록부와 검증 절차를 갖춘 “고무결성(high-integrity)” 시장 구축을 목표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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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투명성을 위한 기술적 제안, AI MRV
GVCM 행사장에 모인 각국 전문가들에게 내가 제안한 'AI 기반 디지털 MRV'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복잡한 행정 절차와 검증의 부담을 기술로 덜어내고, 그 자리에 '데이터의 투명성'을 채워 넣자는 것이다.
첫째,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기획이다. AI는 방대한 국가별 정책과 성공 사례를 학습해 최적의 감축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이는 경험이 부족한 개도국 실무자들에게 리스크를 줄여주는 든든한 가이드가 된다.
둘째, 실시간 검증 시스템이다. IoT 센서와 위성이 수집한 현장 데이터는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이상 징후는 즉각 감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장부'가 된다. 결정문 초안(Art 6.2, Para 12)에서 강조한 '반복되는 문제(recurring themes)의 식별과 교훈 학습' 또한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4. 한국, 탄소시장의 '디지털 인프라'를 설계하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이 제시한 GVCM(Global Voluntary Carbon Market) 이니셔티브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파리협정의 높은 기준을 자발적 시장에도 적용하여 '무결성 높은 시장'을 만들겠다는 이 구상은, 기술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지점에서 IT 강국인 한국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제6.4조 결정문 초안은 CDM 전환 자금 중 최대 500만 달러를 역량 배양 활동에 배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탄소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가 축적해 온 레지스트리(등록부) 구축 경험과 데이터 관리 노하우는 개도국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기술을 공유하고 표준을 만들어간다면, 한국은 글로벌 탄소시장에서 '신뢰의 표준'을 제시하는 중추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5. 텍스트의 합의를 현실의 이행으로
COP30의 결정문들은 이제 '무결성(Integr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명확한 이정표를 세웠다. 외교관들이 텍스트를 통해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틀 안에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은 기술과 전문가들의 몫이다.
벨렝에서 시작된 논의는 이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다. AI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고무결성 탄소시장'이 기후 위기 대응의 속도를 높이는 강력한 엔진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그 변화의 길목에서, 기술로 신뢰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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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이번 호에서는 COP30 현장에서 감지된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았습니다. 숲의 가치를 자산화하는 새로운 금융 모델과 UN 표준이 확정된 탄소 시장, 그리고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구체적인 자본의 움직임은 기후 논의가 점차 실행의 단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류광남 대표의 에세이를 통해, 이 거대한 시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기술’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은 당위성이 아니라 ‘수익성’과 ‘실행 가능성’을 좇아 움직입니다. 이상에서 현실로 넘어온 이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서, 기후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기회를 포착하는 데 이번 호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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