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0. 화요일 | Climate Tech Review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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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후 테크의 핵심 정보만 담아 전하는 Climate Tech Review입니다.
최근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단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입니다. AI 데이터센터와 급격한 전기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탄소는 줄여야 하는 딜레마 때문인데요.
이번달 CTR 레터는 그 해법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핵에너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레터에 빠질 수 없는 국내외 딜플로우 소식과 SMR & 핵융합의 개념, 최신 시장 트렌드를 정리하고, 핵융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현직 VC 심사역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 원자력안전법 제2조에 따르면 “원자력”이란 원자핵 변화의 과정에 있어서 원자핵으로부터 방출되는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말합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원자력=핵분열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 본 레터에서는 핵분열, 핵융합을 포괄하는 용어로 “핵에너지”를 사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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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 클라이밋 뉴스: 떠오르는 핵에너지⚛️
25개국 & 24시간 🔒 ‘무탄소 기저 부하’,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부상
최근 국제 사회에서 핵에너지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안보', '지속 가능성', '경제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입니다. 지정학적 불안정과 기후 위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핵에너지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동시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하루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탄소 기저 부하의 확실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글로벌 정책이 핵발전의 지위를 공인하다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 한국 등 최소 25개국 이상이 2050년까지 전 세계 핵발전 설비 용량을 현재의 세 배 이상으로 늘리자는 선언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핵발전이 공식적인 '청정 에너지'로 공인받았음을 의미하며,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적 불확실성을 크게 낮췄습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업데이트된 넷제로 시나리오(NZE)에 따르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은 916 GWe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는 2022년 용량(417 GW)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야 함을 뜻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투자액을 최근 수준(400억 달러)에서 약 1,250억 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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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vs 핵융합 ⚛️
이재명 정부 집권 초기부터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 활용이 상충되는 논리인 것처럼 다뤄졌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균형잡힌 고려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정리되어가는 듯합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소는 여전히 설비 사고의 위험성,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리의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신기술로서 등장한 것이 SMR과 핵융합입니다. 두 기술 모두 ‘핵에너지’라는 공통된 범주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기술의 성격, 성숙도, 현실성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요, 먼저 각각의 기술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핵에너지는 크게 '쪼개는' 기술과 '합치는' 기술로 나뉩니다. 두 기술 모두 무탄소 에너지원이지만, 기술의 성숙도와 지향점은 명확히 다릅니다.
SMR(Small Modular Reactor)
개념: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더 작고 표준화된 형태로 설계한 차세대 원자로입니다. 기존 원전이 1기당 1,000MW 이상 규모인 반면, SMR은 일반적으로 50~300MW 수준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원리: SMR은 기존 원자력 발전과 동일하게 우라늄의 핵분열로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합니다. 출력이 작고 구조가 단순해, 전원이 끊겨도 자연순환으로 냉각이 가능한 안전 설계를 적용하기 용이합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하여 발전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4세대 원자로 기술이 적용된 SMR은 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장수명 고준위 폐기물의 독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용화 현황: 일부 경수로 계열 SMR은 설계 고도화를 마치고 인허가·부지·조달 단계로 진입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모델별 성숙도가 크게 다릅니다. 현재 승부처는 인허가 속도뿐 아니라 연료·공급망과 FOAK 프로젝트의 금융·건설 실행력, 경제성 검증입니다. 선두주자 뉴스케일(NuScale)이 고금리와 비용 상승으로 첫 상용화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진통을 겪었으나,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AI 전력 공급을 위해 높은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 투자를 단행하면서 2030년대 초중반 가동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FOAK(First-Of-A-Kind): 최초 호기, 또는 최초 개발/건설
남은 과제: 일부 SMR 디자인은 작은 노심 크기로 인해 기존 원자로 대비 방사성 폐기물의 총 부피(저준위 포함)가 2배에서 30배 더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 연료 사용은 기존 연료보다 농축도가 높아 핵확산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잔존 리스크가 있습니다.
핵융합 (Fusion)
개념: 가벼운 원자핵(중수소·삼중수소)이 합쳐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합니다.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와 같아 '인공태양'이라 불립니다.
원리: 원자력 발전이 우라늄 원자를 쪼개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쓴다면, 핵융합(Fusion)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입니다. 주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해 헬륨을 만들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방사성 폐기물이 매우 적어 핵분열처럼 수만 년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폐기물을 거의 생성하지 않습니다, 연쇄 반응이 폭주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연료 역시 바닷물에서 추출 가능한 수소 동위원소를 활용할 수 있어, 자원 제약이 적은 에너지원으로 평가됩니다.
상용화 현황: 과학적 가능성 입증을 넘어, 실제 전기를 생산해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최근 민간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2030년대 전력 생산을 목표로 공격적인 실증에 나섰으나, 정부 및 국제기구 등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2050년 전후를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으로 보고 있어 민간의 속도전과 현실적 전망 사이에 간극은 존재합니다
남은 과제: 핵융합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려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에서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이 필요해, 상업 운전을 위한 기술 성숙도가 아직 낮은 것이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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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대, 투자 현황 🪙
💰 빅테크가 쏘아 올린 SMR 붐
가장 확실한 시장 확대의 신호는 '구매자'의 등장입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SMR의 큰손으로 나섰습니다. 구글은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계약을 맺고 2030년부터 총 500MW 규모의 SMR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는데요, 이는 기업이 SMR 전력을 구매하는 세계 최초의 계약입니다. 아마존 역시 클라우드 사업부(AWS)를 통해 에너지 기업 도미니언(Dominion Energy) 등과 협력해 소형 원전 개발에 5억 달러(약 6,8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빅테크의 직접 투자는 SMR이 단순한 연구 개발 단계를 넘어, 확실한 수요처를 가진 상업 시장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OECD/NEA가 발표한 ‘25 3rd SMR Dashboard에 따르면 전세계 SMR 개발 및 배치에 유입되는 자본(중국/러시아 제외)은 기준 약 154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 민간 주도로 재편되는 핵융합
핵융합 시장 역시 정부 과제 중심에서 민간 투자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Fusion Industry Association(FIA)은 ‘25년 연례 보고서에서 최근 12개월 동안 핵융합 산업이 민관 합산 26.4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했으며, 조사 대상 53개 기업의 누적 자금조달액이 약 97.7억 달러(약 13조 2,9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2028년부터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로 체결한 PPA(전력구매계약)는 핵융합 발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가능성에서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최근에는 트럼프 미디어가 핵융합 에너지 기업 TAE 테크놀로지스와 60억 달러(약 8조 7,039억 원) 규모의 전주식 합병을 발표하며 퓨전 인더스트리는 꾸준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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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Section
🦄 주목할 만한 플레이어: 기술의 실현을 앞당기는 곳들
거대 자본과 정책이 길을 닦고 있다면, 그 위를 달리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입니다. SMR과 핵융합 분야에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며 상용화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국내외 주요 플레이어들을 소개합니다.
SMR
- 🇰🇷 비즈(BEES): SMR 상용화의 병목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인허가(licensing)와 ‘무인·원격 운전’ 같은 운영 체계입니다. 비즈는 SMR 인허가 지원을 자사 사업 전면에 두고, 마이크로리액터 개발까지 확장하는 국내 플레이어입니다. ‘25년에는 대학 연구기관과 초소형 SMR 원격·자율운전 시스템 및 독립 전력망 최적화 모델 공동연구에 나서며, 운영 기술 축에서 상용화 시계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 오클로(Oklo): 샘 올트먼이 투자하여 화제가 된 기업입니다.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초소형 원자로(Micro-reactor) '오로라'를 개발 중이며,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기술로 폐기물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 🇺🇸 테라파워(TerraPower): 글로벌 SMR은 앞서 언급한 뉴스케일, 오클로 외에도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대표적입니다.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나트륨(Natrium) 원자로를 개발 중입니다.
핵융합
핵융합의 핵심은 1억 도가 넘는 플라즈마를 가두는 강력한 '자석' 기술에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고온초전도(HTS) 자석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 스탠다드마그넷(Standard Magnet): 핵융합 장치의 심장이라 불리는 초전도 자석을 개발하는 국내 딥테크 기업입니다. 특히 기존보다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면서도 부피는 줄일 수 있는 '고온초전도(REBCO) 마그넷'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핵융합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 큐토프(Qutope): 핵융합에는 장치만큼이나 안정적인 연료 공급이 필수적입니다. 큐토프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기업으로, 레이저를 이용해 중수소와 의료용 동위원소를 분리·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향후 폭증할 핵융합 연료 수요를 담당할 핵심 공급망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 CFS(Commonwealth Fusion Systems): MIT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으로, 빌 게이츠와 조지 소로스 등의 투자를 받으며 핵융합 업계의 대장주로 꼽힙니다. 세계 최초로 상업용 핵융합 발전을 목표로 하는 실증로 'SPARC'를 건설 중이며, 고온초전도 자석을 활용해 발전소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 🇬🇧 토카막 에너지(Tokamak Energy): 영국의 대표적인 핵융합 기업으로, 사과처럼 둥근 형태의 '구형 토카막(Spherical Tokamak)'을 개발합니다. 이 형태는 기존 토카막보다 효율이 높고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받으며, 역시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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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이제 핵발전은 수요·정책(탈탄소+안보)·자본이 동시에 맞물리며 투자 가능한 시장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SMR은 재생에너지의 현실적인 보완책으로, 앞으로 5~10년 안에 상업화와 공급망 확대가 이루어질 것을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인허가·공급망·FOAK 리스크와 폐기물, HALEU 연료에서 비롯되는 핵확산 위험을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가 기업 가치의 핵심 요소일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핵융합은 여전히 상용화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민간 주도의 실증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전력 생산을 향한 공학 마일스톤과 기업의 단기 현금흐름 가능성을 기준으로 리스크를 구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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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민남기 심사역에게 듣다: 30년의 미래를 10년 펀드에 담는 법, 인공태양에 배팅하다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청정한 에너지원이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상용화까지는 아직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렇다면 7~8년 만기를 가진 벤처캐피털(VC)은 어떤 논리로 이러한 초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걸까요?
이번 달 CTR은 화학공학 박사 출신이자 삼성전자, 창업가를 거쳐 딥테크 투자 최전선에 있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민남기 수석심사역을 만나, 그가 말하는 핵융합 투자의 방정식과 AI 시대에 핵융합이 필요한 진짜 이유에 대해 직접 물었습니다.
Q. 심사역님과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그리고 맡고 계신 투자 섹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민남기입니다. 저는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를 거쳐 창업 후 엑시트까지 경험한 뒤 투자 생태계에 합류했습니다. 현재는 딥테크 팀에서 에너지와 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심사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기후테크를 고집했던 건 아니지만, 신소재가 산업에 적용되었을 때 가장 큰 임팩트를 내는 분야가 결국 에너지와 환경이더라고요. 최근에는 핵융합 분야에 큰 관심을 두고 과기부 과제 등을 통해 딥다이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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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핵융합은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초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펀드 만기가 7~8년인 VC 입장에서, 매출이 없는 '죽음의 계곡'을 건너갈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요?
A. 아주 날카롭고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핵융합 기업의 최종 목표는 "물을 끓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파는 회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전까지 매출은 0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적 마일스톤'을 화폐로 봅니다. 예를 들어, 핵융합에는 에너지 증폭률(Q)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상용화 기준인 Q>10을 당장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Q 0.1을 달성했는가? 다음엔 0.2를 달성할 수 있는가? 혹은 16테슬라급 초전도체 자석 설계를 완료했는가?"와 같은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마다 기업 가치는 퀀텀 점프를 합니다. 초기 투자자는 이 시점에 후속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회수 전략을 짭니다. 매출이 아닌, 기술의 진보 자체가 자산이 되는 시장인 거죠.
Q. 미국의 CFS 같은 곳은 수조 원을 투자받아 직접 발전소를 짓습니다. 자본 규모가 작은 한국 스타트업은 어떤 생존 전략이 유효할까요?
A. 솔직히 한국에서 수십조 원이 드는 핵융합로 전체를 짓는 '시스템 인티그레이터'가 나오기는 자본 구조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입니다. 원자력에서 다져진 진공 압력 탱크, 극저온 냉각, 전력 변환 장치 기술은 핵융합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는 이 제조 역량에 주목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주목하는 '스탠다드마그넷' 같은 팀은 최근 영국 에너지부 주관 테스트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인 미국의 CFS보다 더 우수한 초전도체 자석 성능을 입증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제조 기술력이 글로벌 메인스트림에서 통한다는 증거죠.
Q. 태양광과 ESS 비용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2040년에도 과연 비싼 핵융합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비용(LCOE)만 보면 태양광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와 '공간'을 변수에 넣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울산에 지어지는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어보죠. 이를 100% 태양광으로 돌리려면 여의도 면적(약 2.9㎢)만큼의 패널이 필요합니다. 땅 좁은 한국,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죠. 반면 핵융합은 가로세로 300m(약 0.1㎢) 부지면 충분합니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는 도심 인근에 있어야 합니다. 송전 비용과 부지 제약을 고려할 때, 압도적인 에너지 밀도를 가진 핵융합은 태양광의 대체재가 아니라 필수적인 보완재가 될 것입니다.
Q. 핵융합 산업의 성장 과정을 비유할 만한 다른 산업이 있을까요?
A. '우주 발사체(로켓) 산업'과 가장 비슷합니다. 과거 우주 개발은 NASA 같은 국가 기관만의 영역이었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과학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등장하면서 재사용 로켓 기술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열었죠.
핵융합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주도의 거대과학 프로젝트(ITER 등)에서 이제는 민간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어 효율성을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기는 '뉴 퓨전(New Fusion)'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로켓 기술을 국산화하며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듯, 핵융합에서도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핵융합 산업의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정책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규제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합니다. 현재 한국 법상 핵융합 장치는 '방사선 발생 장치'로 분류되어 원자력안전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우라늄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요. 미국은 최근 법을 개정해 '핵융합 기기(Fusion Machine)'를 원자력과 분리하여 정의했습니다.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해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인 거죠. 한국도 핵융합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정의하고, 연구용 장치와 상용로의 규제 수준을 달리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로켓 산업이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왔듯, 핵융합도 이제 민간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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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민남기 심사역과의 인터뷰는 '과학의 시간'을 '투자의 시간'으로 번역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매출이라는 전통적인 잣대 대신, 기술적 마일스톤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딥테크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의 '제조업 DNA'에 대한 재발견입니다. 원자력 강국으로서 축적해 온 극한 기술(진공, 냉각, 전력 제어)들이 핵융합이라는 미래 에너지의 핵심 부품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시사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40년경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2배 이상 폭증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AI와 데이터센터가 불러올 '전기 먹는 하마'들의 시대, 어쩌면 핵에너지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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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기후테크 지형: 글로벌 동향과 국내 현황
글로벌: 기후테크, ‘실물 인프라’로 들어가다🌍
1️⃣ 지열(Geothermal), 전력에서 자원까지 — 상용화와 대규모 금융의 결합
지열 산업이 기술 실증 단계를 넘어 전력망과 자원 인프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Eavor Technologies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폐쇄형(closed-loop) 지열 시스템을 통해 독일 Geretsried 프로젝트에서 전력망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지질 조건에 덜 의존하는 기술의 상용성을 입증하며, 지열이 보조 전원이 아닌 기저 전원(base load)으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Fervo Energy는 미국 내 향상 지열(EGS) 프로젝트 확장을 위해 $462m 규모의 Growth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번 라운드에는 Google이 새롭게 참여했습니다. 이는 지열이 유틸리티 스케일 전원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시장의 신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어 Vulcan Energy Resources는 독일 Upper Rhine Valley에서 진행되는 Lionheart 프로젝트를 위해 총 $2.56bn 규모의 PF Debt & Equity 금융을 확보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열 기반 리튬 직접추출(DLE) 사업으로, 2028년부터 10년간 Stellantis, LG Corp, Umicore, Glencore 등에 리튬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2️⃣ 데이터센터를 향한 초대형 자본 유입 지속 🤖
Vantage Data Centers — $1.6bn Growth 투자 유치 Vantage Data Centers는 GIC와 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가 참여한 $1.6bn 규모의 Growth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를 핵심 고객으로 하는 대규모 캠퍼스형 디벨로퍼로서, 전력 접속권과 장기 임대 계약을 기반으로 AI 시대의 안정적인 전력·연산 인프라를 선점하는 모델이 시장의 견고한 신뢰를 재확인했습니다.
Crusoe는 $1.4bn 규모의 Growth 투자를 확보하며 에너지 네이티브 AI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저비용·온사이트(On-site) 에너지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함으로써 그리드 병목 현상을 우회하고, AI/HPC 연산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차별화된 구조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1️⃣기후부, 한전기술지주회사 설립… 기후테크 유니콘 발굴
기후부는 2026년 업무보고를 통해 한전기술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기후테크 유니콘 발굴·육성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기술·자본·사업화 역량을 활용해 기후테크를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민간 중심 생태계를 넘어, 공공 주도의 기술사업화 축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2️⃣ '연구자’를 ‘창업가’로 … 기후테크, 산업이 되다
‘Lab to Society, 그린 소사이어티’는 기후·환경 분야에서 반복되어온 “연구는 있지만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기후테크의 병목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업화 설계, 수요처 연결, 초기 검증과 스케일업 경로에 있다는 점을 짚으며, 연구–산업–사회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3️⃣ K-기후테크 스타트업들 ‘넷제로 챌린지X’ 첫해 성과 전면 공개
넷제로 챌린지X는 탄소중립·녹색성장 분야의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민·관·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범국가 기후테크 프로젝트입니다. 지난해 9월 발대식 이후 통합공고와 기관별 공고를 거쳐 총 305개 지원 스타트업 중 기술·사업성 평가 및 독립위원회의 탄소중립 기여도 평가를 통과한 56개 기업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4) 국내 기후테크 투자: 초기부터 산업 솔루션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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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og:
이번 호에서는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해 필수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핵에너지'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빅테크의 과감한 베팅과 이를 뒷받침하는 딥테크 투자자들의 통찰은, 무탄소 에너지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당위가 아니라 선점해야 할 비즈니스 영역으로 들어섰음을 보여줍니다. '과학의 영역'에 머물던 기술들이 구체적인 '시장의 언어'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통해, 기후테크 인프라의 새로운 흐름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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